[인물+] '학교 밖 학교' 이동진 도봉구청장의 교육실험

입력 2015-11-23 13:11   수정 2015-11-23 15:25

마을학교·협력교사 성과…혁신교육지구 지정
도봉구청-한경닷컴 교육·문화 분야 업무협약
대규모 아레나공연장 건립해 '뮤직시티' 조성




[ 김봉구 기자 ] “교육은 학교에서만 하는 게 아니에요.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면 갈 곳이 학원이나 PC방밖에 없죠. 도봉구는 관점을 바꿨어요. 학교 밖 학교가 필요합니다. 일선 학교도 방과후수업에 대한 부담이 커요. 학교는 정규수업에 전념하게 하고, 자치구와 지역사회가 ‘마을학교’로서 방과후수업을 맡는 모델을 만들고자 합니다.”

지난 16일 도봉구청에서 만난 이동진 구청장(55·사진)이 밝힌 청사진이다. ‘자연에서 배우고 마을에서 키우는 사람중심 교육도시’의 구정 비전이 녹아들었다.

학교 영역 밖에서 지역사회가 청소년을 어떻게 보살필지에 관한 고민이 마을학교의 출발점이 됐다. 이 구청장은 “교육을 학교나 교육청 몫으로만 떠넘겨선 안 된다. 아이들이 마을에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도봉구는 33개 마을학교, 총 96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마을학교는 주민설계형과 거점 방과후학교의 두 가지 유형으로 ご떪? 주민설계형은 자율적으로 신청하면 평가를 통해 선정된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형태다. 거점형은 청소년센터·복지관 등의 기존 시설을 활용한다. 주민들이 교육주체가 되어 학교와 마을에서 여러 교육활동에 참여하는 선순환 효과가 있다.

관내에 자리잡은 역사·문화시설을 활용한 체험학습이 마을학교 프로그램의 대표 사례다. 마침 도봉구엔 김수영문학관, 함석헌기념관, 간송 전형필 고택, 도봉역사문화길, 둘리뮤지엄 등 좋은 자원이 많다.

마을학교는 교실에서도 만날 수 있다. 국어 수업은 연극배우, 음악 수업은 뮤지컬 가수가 선생님이 되는 식이다. 이 구청장은 “변호사, 국악인 등 전문가가 교사 역할을 맡아 수업을 재미있고 생동감 있게 만든다. 당초 파견 규모는 70명이었는데 학생과 교사, 학부모 반응이 좋아 140명으로 늘렸고 앞으로 추가모집도 할 계획”이라며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교육모델은 도봉구가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기존 수업이 공부 잘하는 몇몇 학생 위주로 진행되는 점에 착안했다. 그는 “소수를 위해 다수가 배제되는 교육이 아닌 모든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성격의 수업을 만든 것”이라며 “교실이 즐거워야 아이들이 즐겁다. 자연히 왕따나 학교폭력 같은 문제가 일어날 여지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교육을 매개로 학교와 지역사회가 밀접한 상호협력 관계를 맺는 것이 핵심. 도봉구의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지정에 핵심적 역할을 한 마을학교와 협력교사 프로그램은 초등학교·중학교 시행 단계에서 내년엔 관내 고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현직 교사를 교육정책 특별보좌관으로 채용한 것도 눈에 띈다. 관내 초등학교 평교사가 지난해 11월부터 2년 임기로 파견돼 일하고 있다. 정책 설계 단계부터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일방적 행정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다만 학생들의 진학 실적 같은 현실적 관심사를 외면하긴 어렵다. 이 구청장은 “학부모 관심이 높은 만큼 관내 학교의 진로·진학 프로그램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보 공시된 특수목적고 진학률은 도봉구가 서울 시내 최상위권이에요. 우수 학생들이 많은데 외부로 유출된다는 뜻이죠. 그래서 올해부터 도봉구 중학교 졸업생 중 성적 상위 5% 이내 학생들이 관내 일반고에 진학하면 전액 장학금을 주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관내 고교 진학률이 2배로 뛰었어요. 올해 예산 5000만원을 배정했는데 내년엔 7000만원으로 증액할 계획입니다.”

도봉구의 재정 자립도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최하위권에 속하지만 다채로운 교육실험으로 주민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이날 구청이 한경닷컴과 교육 및 문화 분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양 기관은 앞으로 학부모교실, 방과후수업 등 교육 관련 사업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 구청장은 또 임기 동안 추진할 역점사업으로 아레나공연장을 꼽았다. 창동에 전국 최대인 2만석 규모 전문공연장을 짓는 대형 사업이다. 2017년에 착공해 2021년 오픈할 예정이다. 서울의 변방 또는 베드타운 이미지가 짙은 도봉구를 ‘뮤직시티’로 바꾸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삼고 있다.

폐광을 딛고 일어선 예술적 도시재생 케이스인 영국 게이츠헤드, 도쿄 외곽의 낙후지역에서 아레나공연장 등 문화 인프라 구축을 통한 도시재생에 성공한 일본 사이타마가 벤치마킹 모델이다.

그는 “국내에 전문공연장이 없다. K팝의 국제적 위상에 비하면 제대로 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면서 “아레나급 공연장 하나 짓는 데 그치지 않고 3000석짜리 중소규모 공연장, 대중음악박물관과 관련 산업단지를 조성해 구로·가산디지털단지,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처럼 도봉구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역설했다.

◆ 이동진 구청장은…

전북 정읍 출생. 전주고와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통일시대민주주의국민회의·민주당 부대변인과 김근태 의원 보좌관을 지냈다. 남서울대 겸임교수, 제5대 서울시의회 의원, 동북4구 발전협의회 의장 등을 거쳐 민선 5·6기 도봉구청장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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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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